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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2018. 12. 22. 01:24

플레이리스트

 생각해보면 노래를 찾아 듣지 않은지 오래됐다. 네이버 뮤직이 칼럼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종종 추천 앨범을 들어보고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곤 했지만, 서비스를 중단한 이후에는 네이버 뮤직은 물론이고 네이버 블로그에 음악이나 앨범에 관한 기록을 올리는 것도 그만뒀다.

 한동안 애들 음반이 쏟아져나왔고 그걸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음악을 찾을 필요성을 못느꼈다.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새로운 노래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스트리밍 시대가 된 후에 그런 일이 너무 성가셔졌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앨범, 혹은 꼭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명반이라고 불리는 앨범들을 (돈을 주고 다운로드 받는 방식으로) 소장해서 mp3에 넣고 다닌다면 내 플레이리스트라고 여겼는데, 스트리밍 사이트의 플레이리스트는 내가 월간 이용권을 끊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는 것이라 무용하게 느껴졌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꾸려나가기가 mp3에 분류하는 것보다 귀찮게 생각되기도 했다.


 때문에 애들 노래를 듣기가 어려워진 후에도 한동안 음악을 듣지 않았다. 음악에 관한 특별한 지식은 없더라도 좋아하는 가수나 좋아하는 앨범을 늘 추천할 수 있는 애호가 쯤은 됐는데, 이제는 그러기도 어려워졌다. 다 mp3의 종말 탓이다. 노래를 듣지 않는 사이 장르는 뭐가 그리 많아진 건지, 원래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여기서 '가리지 않고'는 앎이 아니라 무지에서 오는 잡식성이다) 들었지만 이제는 정말 무슨 노래를 들어야 할지 어려워졌다. 이전처럼 네이버 뮤직의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피치포크에 들어가서 글을 읽을 정도의 노력은 하기도 성가셨다. 늘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서 노래를 검색해 재생하는 과정도 귀찮아, 자주 듣는 음악은 광고를 감수하고 유튜브에서 찾아 듣곤 했다. 그런 걸 반복하다보니 유튜브에서 플레이리스트를 저절로 만들어 준단 걸 알았고 그 속에서 취향에 맞는 새로운 곡들을 몇 곡이나마 알게 됐다. 내 취향은 중구난방이기 때문에 비슷한 느낌의 곡들만을 추천하는 친절한 유튜브 시스템이 백퍼센트 맞지는 않았다. 그래서 집적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바로 이것. 은근히 리스트업할 곡을 고르기 쉽지 않아 이제 스무 곡을 조금 넘겼다. 기준은 '무언가를 해야할 때 멍하니 들을 수 있는 노래'이다. 때문에 너무 무겁거나 집중해서 들어야 하거나 사운드가 과도한 곡들은 제외했다. 한 곡 반복으로 들을 정도로 좋아했던 곡들 역시 넣지 않아서 꼭 가장 좋아하는 노래들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는 아니다. 유튜브의 추천으로 새로 알게 된 노래도 몇 곡 되고, 앨범 전체를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잘 모르는 가수들의 노래도 있다. 신기한 것은 엄청나게 중구난방인 것 같은 이 목록에 추가된 곡 중에서도 어떤 시절 한 때에 좋아하던 노래들은 나름의 유사점을 갖고있다는 거다. 물론 그런 사실들은 나 혼자 알 수 있는 것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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